짧은 창작 소설

[음악으로 영감 받은 창작소설] 220318 모두에게 있는 달의 요정 (우주소녀 - 원하는 모든 걸 (SUPER MOON))

씽75 2022. 3. 18. 18:4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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https://youtu.be/k1jy8fkiDcA

 

달은 언제나 밝게 빛났다. 지윤은 11시 59분 35초에 머물다 딱, 딱, 딱 지나가는 시계를 잠시 바라봤다. 곧 그 옆의 열린 큰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. 새까만 어둠 사이로 달이 한 줄기 빛을 비추고 있었고, 밤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왔다. 지윤은 그곳으로 곧 등장할 요정을 기다리고 있었다. 그녀가 다섯 살 때부터, 여름밤의 12시만 되면 살고 있는 단독주택의 정원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다.

 

엉덩이까지 오는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빛났고,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큰 눈은 보랏빛과 은색과 하늘색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해 각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보였다. 지금 자신의 키의 쇄골 정도 오는 그 존재는 언제나 스르르 웃기만 했다. 그 부드러운 얼굴이 좋았다. 처음 보게 된 날은 크게 충격을 받아 울 뻔 했지만, 요정이 '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.' 라고 말한 순간, 목소리가 너무나 맑아서 나오던 눈물도 쑥 들어갔었다.

 

요정은 지윤이 조금이라도 마음이 안 좋은 날이나 고민이 있는 날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손을 잡아주면서 눈을 맞춰왔다. 요정이 그때 보여주는 부드러운 미소에 힘든 게 사르르 녹는 느낌이었다. 사실 지윤은 언제나 요정이 여름밤 찾아오는 것으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. 여름에는 학교에서 성적이 떨어지거나 제출해야 하는 수행평가 과제물을 잃어버렸을 때 저녁에 찾아올 요정을 생각하면서 버텼고, 겨울에 힘든 날에는 여름에 보았던 요정을 생각하며 이겨냈다.  

요정은 기적 같은 존재라고 지윤은 생각했다. 그녀가 원하는 걸 무심코 생각하고 요정을 바라본 순간, 요정은 환하게 웃곤 했다. 꼭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처럼. 서먹했던 반 친구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요정을 바라봤던 순간 이후로, 그 소원은 신기하게 이루어졌다. 아무도 없는 반 안에서 둘이 남아 우연히 얘기하게 된 것이다. 말을 한 후로 같이 다니게 됐는데, 그 뒤 설마 하면서도 다른 소원을 생각하고 요정을 바라봤을 때마다 소원이 이루어졌다.

 

달이 있을 때 스르르 나타나는 요정은 마치 소원을 이뤄주는 특별한 여신 같다고, 지윤은 생각했다. 옛 사람들이 큰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빈 것을 생각해보면 달의 여신 아닐까 고민하던 순간, 요정이 까만 배경에 그려지듯 나타났다. 언제나처럼 빙그레 미소를 지은 채였다. 황홀하게 아름다운 요정에게 지윤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.

"안녕하세요!"

그 존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. 그리고 지윤은 확신했다. 자신의 소원이 또 이루어질 것이란 것을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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