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는 꿈을 꿔왔다. 사교계에서 밉보이지 않기 위해 모든 훈련을 하면서, 가정교사에게 엄청나게 혼나면서 정신없이 잠들 때, 나는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. 어디엔가는 다른 세상이 있지 않을까? 사교계도 드레스도, 보석도, 귀족들과 지켜야 할 예법도 없는 세상이 있지 않을까?
그런 생각을 말하면 남동생은 코웃음을 치며 연회를 위해 살이나 빼라고 말했다. 그 이후로 나는 입을 다물었지만 내 방 안에서 보이는 커다란 달을 보면 꿈을 꾸게 되었다. 언젠가는, 어디에는, 그런 게 있지 않을까?
나는 양피지에 깃펜으로 글을 써내려 나가기 시작했다.
'모든 게 자유로운 세상이었다. 나는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었고, 바람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일주일 내내 먹고 상상하고 빈둥대고는 했다.'
거기까지 쓰면서 상상했을 때 황홀함을 느꼈다. 그런 세상이 정말 있다면.
눈을 감고 그 장면을 떠올렸다. 그런데 문득 그 시간이 계속 되면 어느 정도 지루해지지 않을까 싶었다. 나는 몇 줄을 더 채워 넣었다.
'나는 따분한 채로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살았다. 재밌는 게 없을까?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. 강도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. 숨이 막혀왔다.'
그리고 한숨을 쉬고 책상에 엎드렸다. 완벽히 행복한 세상이란 건 없을까.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를 보았다. 달은 너무 크고 둥글었지만,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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